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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꿈을 좇는 자의 허망한 비극, 위대한 개츠비

by 디도11 2025. 2. 19.

1. 화려한 시대, 겉만 번지르르한 미국의 꿈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 이른바 ‘광란의 20년대’ 속에서 부와 성공을 좇는 인간들의 욕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는 중서부 출신의 젊은이로, 월스트리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뉴욕으로 이주합니다. 그는 롱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 지역에서 작은 집을 빌려 살게 되는데, 그가 이사 온 곳 바로 옆에는 전설적인 부호 제이 개츠비의 대저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츠비는 매주 성대한 파티를 열어 뉴욕 상류층과 무수한 낯선 이들을 초대하지만, 정작 자신은 파티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는 누구에게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신비로운 인물로, 그를 둘러싼 수많은 소문이 무성합니다. 닉은 개츠비의 초대를 받으며 그와 가까워지게 되고, 점차 그의 진짜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이 화려한 시대는 겉으로는 부와 성공, 사교와 향락이 넘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허와 부도덕이 가득합니다. 개츠비의 파티에 모여든 사람들은 그의 친절과 환대를 즐기면서도, 정작 그에게는 아무런 애정도 관심도 없습니다. 모두가 즐길 때는 함께하지만, 막상 개츠비가 무너질 때는 누구도 그를 돕지 않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이를 통해 ‘미국의 꿈’이 어떻게 허상으로 변질되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2. 사랑을 좇는 개츠비, 과거에 집착한 남자

개츠비의 부와 성공은 단순한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한때 가난한 청년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를 만나면서 그녀와 함께할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그러나 데이지는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현실적으로 가난한 개츠비와의 사랑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개츠비가 전쟁에 나간 사이, 데이지는 부유한 상속자인 톰 부캐넌과 결혼합니다.

하지만 개츠비는 데이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막대한 부를 쌓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불법적인 사업을 통해 빠르게 돈을 벌고, 그녀가 살고 있는 이스트 에그와 맞은편에 호화로운 저택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매주 성대한 파티를 열면서, 언젠가 데이지가 다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닉과 가까워진 개츠비는 마침내 데이지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려 합니다. 그는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 적이 없으며, 자신만을 사랑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데이지는 과거에 대한 미련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츠비를 선택할 용기가 없습니다. 결국 그녀는 톰과의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개츠비는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허무한 꿈을 좇게 됩니다.

개츠비는 과거를 현재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데이지는 그의 이상 속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결코 그의 것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의 집착을 통해, 인간이 과거에 집착할 때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3. 비극적인 결말, 그리고 아무도 남지 않은 자리

소설의 마지막에서 개츠비는 데이지를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희생합니다. 데이지가 몰던 차가 실수로 마이틀 윌슨의 아내를 치어 죽였지만, 개츠비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를 오해한 윌슨은 결국 개츠비를 찾아와 그를 총으로 쏘고, 개츠비는 자신의 저택 수영장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닉은 개츠비의 장례식을 준비하지만, 생전에 그의 파티에 몰려들던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찾아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데이지조차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톰과 함께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립니다.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개츠비는 미국의 꿈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꿈은 현실에서 끝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그는 가난한 출신에서 막대한 부를 이루었지만, 그 부는 결코 그가 원하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데이지를 향한 사랑도, 상류층 사회에서의 인정도, 결국 모두 허망한 것이었음을 그는 마지막 순간에 깨닫습니다.

닉은 이 모든 비극을 목격한 후, 상류층 사회의 위선과 공허함에 환멸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개츠비가 순수한 꿈을 가졌던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오히려 그를 이용했던 상류층 사람들이 더 타락한 존재들이었음을 깨닫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이를 통해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이 역설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개츠비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인물입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신분 상승의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냉정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개츠비는 시대의 상징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실패는 시대의 허망함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묻게 됩니다. 우리가 좇는 꿈은 과연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개츠비처럼 과거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의 현실 속 ‘위대한 개츠비’는 누구인가? 피츠제럴드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꿈과 욕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